열흘이 넘게 계속되는 한파와 폭설. 사계가 뚜렷하며 삼한사온의 겨울날씨라는 우리의 계절도 오락가락합니다. 주말이면 으레 산행을 나서다가 발이 묶이고, 간만에 겨울 바다를 찾아 나섰습니다. 바다는 마치 용틀임을 하듯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하늘빛을 따라 바다빛도 덩달아 변신을 거듭합니다. 거무튀튀한 현무암에 부딪쳐 산산이 부숴지는 포말을 보며 나도 덩달아 부딪치고, 부숴지고, 비산(飛散)해 가는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수평선은 보이질 않고 넘실대는 파도, 흩뿌리는 눈발, 매서운 바람만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여유와 낭만이 있어서 늘 넉넉하게 다가서던 바다는 몸부리만 칠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밀려드는 안개. 어느새 바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비어있는 벤치와 음울한 하늘의 울음소리만이 사위를 가득 메웁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겨울바다의 모습이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불현듯 안개는 사라지고 잿빛 구름이 몰려옵니다. 하늘 높이 떠 있어야할 구름들이 바다를 향하여 아래로 아래로 내려섭니다. 그리고는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구름이 바다 표면에서 피어오르는 것인지 구름이 바다 속으로 잠겨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집니다. 수 백, 수 천번을 보아온 바다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말입니다. 한바탕 싸라기눈이 얼굴을 때립니다.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고, 카메라 렌즈를 닦는 순간에 구름인지 안개인지 분간 못할 막혔던 시야는 금세 뚫리고 말았습니다. 그저 늘 보던 그 모습으로 바위에 부딪치며 부서지고만 있었습니다. 겨울 바다. 겨울 하늘. 문득 찾아나선 바다는 돌아서는 발길을 자꾸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나는 파도와 함께 달려들고, 소리 지르고,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
출처 : 비공개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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