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론

한국을 세계로 알리는 큐레이터 이원일 세비아비엔날래 손봉채 이이남

소깐 2008. 7. 17. 00:26
한국을 세계로 알리는 큐레이터 “이원일” 2008-07-11
세계미술의 중심지가 이동하고 전시의 구성요소가 다양해짐에 따라 미술작품과 대중을 매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과 영향력이 크게 증대하는 추세다. 미국현대미술관(MoMA·모마)에 초빙 큐레이터로 낙점된 이원일(47)씨. 이씨는 내년 5∼9월 모마 일부와 그 분관 격인 뉴욕현대미술센터(P.S.1/MoMA)에서 열리는 ‘스펙터클전’ 큐레이터로 최근 초빙됐다. 요즘 그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시아권 큐레이터가 모마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씨는 또 스페인 정부가 올가을 세비아 및 알함브라 궁전에서 야심적으로 개최하는 ‘2008 세비야 비엔날레’(올 10월~내년 1월)의 공동감독으로도 임명돼 겹경사를 맞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린다


지난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2003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을 거쳐 2006년 제4회 미디어시티 서울 전시감독, 제6회 상하이비엔날레 공동감독을 역임해온 이씨는 “최근 4년간은 국내 보다 외국 전시를 주로 맡아 세계 각국의 미술현장을 원없이 둘러봤다. 그 결과 한국현대미술이 중국, 일본 등에 비해 뒤질 게 전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가 뉴욕 무대에 발탁된 것은 지난해 독일 칼스루에의 유명 현대미술관인 ZKM미술관(관장 피터 바이블)이 10주년 전시로 기획한 ‘아시아현대미술-Thermocline’ 전(展)이 호평을 받으며 서구 미술계에 적잖은 이슈를 만들었기 때문. 당시 이씨는 ZKM 피터 바이블 관장의 지원사격 아래 아시아현대미술의 다이나믹하고 다층적인 면모를 입체적, 체계적으로 풀어내 유럽및 미국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본격적인 아시아현대미술전을 눈여겨 본 뉴욕현대미술관의 글렌 로리 관장이 “우리 MoMA PS1 미술관도 아시아현대미술전을 계획 중이다. 당신이 구상하는 전시초안을 우리에게 제시해달라”고 주문, 지난해 7월 MoMA에서 첫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이후 세차례의 심사를 거쳐 작년 11월 초빙 큐레이터로 확정됐다는 최종통보를 받았다.


생생한 전투의 시작

벌써부터 생생한 전투가 시작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글렌 로리 모마관장 등 세계 미술을 주도하는 이들과 일하게 됐다. 회의 자체가 방대했고, 끊임없이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을 둘러싸고 각국이 벌이는 경쟁은 가히 ‘전쟁’에 비견된다. 예술성, 창의성과 함께 국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먼저 세계미술계에서 입지를 다진 중국, 인도의 쟁쟁한 큐레이터들을 제치고 ‘현대미술 최고 중심’인 뉴욕에 한국인 큐레이터로 먼저 입성하게 된 만큼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참신한 기획전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는 그동안 아시아 미술이 서양인의 관점에서 재단돼왔는데 서구의 ‘이성’과 대등한 가치를 지닌 아시아 미술의 역동성을 ‘창조적 혼돈’이란 논리 아래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뉴욕현대미술관측이 3개 층으로 이뤄진 분관(PS1 MoMA) 전층과 본관(MoMA)의 일부까지 할애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씨는 내년 ‘스펙터클’전에 아시아의 경제부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아시아 현대미술의 하이테크 성격의 평면, 입체, 미디어 작품을 통해 ‘아시아가 직면한 새로운 스펙터클’을 드러낼 예정이다. 전시에는 아시아 20개국 작가 50여명이 참여하는데, 한국 작가도 이기봉 씨 등 10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씨는 글렌 로리 뉴욕현대미술관 관장의 감독 하에 엘레나 하이스 PS1 MoMA관장과 함께 전체 틀을 짜게 된다.
이번 뉴욕MoMA 전시를 통해 한국 작가들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오늘 세계를 풍미하는 근현대미술은 서구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아시아 전시기획자들의 독자적 이론이 다소 빈약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독자적 이론을 정립하는 작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는 미국과 유럽에 광부미술을 대표로 하는 한국미술의 위상을 드높여 아시아지역 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국내 작가들의 활동폭을 확대, 큐레이터들의 국제 무대 진출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