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광산구청장

[기자수첩]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걱정하며

소깐 2010. 6. 21. 08:14

[기자수첩]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걱정하며

  • 기사입력 2010.06.20 10:32
  • 최종수정 2010.06.20 21:35
  • 확대
  • 축소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지난 17일 광주 광산구청 모든 출입기자들 앞으로 'A일보 보도에 대한 민형배 광산구청장 당선자 입장'이라는 제목의 취임기획단의 보도자료가 메일로 들어왔다.

내용인즉 16일자 A일보의 '눈도장 찍자 들락날락'이란 제목으로 보도기사 중 '필요 이상의 많은 공무원이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많은 시간을 기획단 사무실에서 보내는 것은 당선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며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사가 '당선자와 공무원을 이간'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구청장 취임 후 A일보의 모든 취재를 거부한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었다.

이 보도자료를 접하고 '다툼'의 진위를 떠나 당선자의 언론관에 대해 몇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당선자가 전직 언론인 출신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우선 보도된 기사가 사실과 다르면 해당 언론사에 직접 정정보도 요청 등 해결방법이 있지만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타 언론사 출입기자에게 까지 메일을 보내 문제를 확산시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또한 정정보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곧바로 '취재거부'로 대응하겠다는 민 당선자의 입장표명은 그야말로 오만한 협박(?)이며 '언론 길들이기'가 아닐 수 없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고치려다 그 정도가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과거 다양한 시민ㆍ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자유로운 성향을 표출해 왔던 시민운동가 등의 모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35만 광산구민을 아우르는 광산구의 행정수장으로서 좀 더 유연한 사고와 대처를 민 당선자에게 기대해본다.
중부권본부=박남선 기자

제2사회부 gnib@
<ⓒ호남 대표 조간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