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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작 '자연'
| 서울=뉴시스
※이 기사는 국내 유일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73호(3월1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강에서 만나는 것은 물이 아니다. 물은 다만 강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강에서 진정 만나는 것은 생명의 서정이다. 바람의 꿈이다. 우수를 헤치고 떠오르는 여명이다.
언제부터 그런 정신의 사유를 담아 김동철은 강을 그렸다. 운무에 쌓여있는 강, 어스름한 여명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강, 금빛 햇살이 보석 무늬처럼 찬연하게 부서지는 강, 서럽게 늙어가는 여인의 눈빛 같은 황혼이 잔잔히 내려앉는 강, 사람의 마음보다 더 깊은 수심의 강을 그는 십여 년간 그리고 있다.
물론 그는 구상계열의, 그것도 자연주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자연주의는 어떤 특정 대상을 실사하기보다는 강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강은 자연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여러 가지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20년 정도의 화력을 가진 화가가 어떤 테마를 줄곧 그리는 데에는 그만한 당위성이 있다. 그 주제에 그만큼 몰입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강이라는 대상은 그토록 그를 사로잡은 영감의 원천일 만큼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강을 닮았다. 강의 고요함, 맑음, 심유함, 따뜻함, 잔잔한 서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동철이다. 강은 굽이져 흐르기도 하지만 결국 제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잔잔히 고여있는 것 같지만 완만한 걸음으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김동철의 삶이 그렇고, 작가로서의 걸음 역시 그렇다. 한국 화단에서 40 중반의 나이로 오늘의 작가적 위상을 획득하게 된 것도 어쩌면 강을 연상하게 되는 그의 성품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그러나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자기의 책무를 다 하면서 유유히 살아온 궤적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참 단조로운 화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것은 그 강의 무심한 서정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정감스럽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효과를 내는 그의 작업은 의외로 많은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 수없이 빨아 올리는 채색의 중첩을 통하여 그는 강의 원심적 실체를 떠올려 놓는다.
대개의 자연주의 그림들이 한 눈에 보여지고 볼수록 감흥이 옅어지는 것에 비해 그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수심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잔물결의 배임처럼 조금씩 감동의 파장을 넓혀온다. 그런 점들이 30대에 이미 그가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유일 것이다.
그의 강 그림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호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2년 LA개인전에서 출품작품이 다 팔릴 정도로 선호되고 있다. 캐나다, 미국, 일본, 호주, 중국에서의 아트페어나 초대전에서도 그런 반응은 한결 같았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하나의 세계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국적이 달라도 아름답고 심오한 서정에 감동하는 것은 다 똑같다. 그런 조형적 가치를 그의 작품은 지니고 있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 그래서 심심함에 빠질 소재를, 그렇게 감성적 화면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이 작가의 특별한 능력이자 장기라 아니 할 수 없다.
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 물이다. 그러나 김동철의 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물이 아니다. 일차적 시각으로 보이는 것은 물일지 모르나 그보다는 사람의 마음이다. 맑은 영혼의 빛깔이다. 그렇게 그는 자연을 승화시킨다. 자연의 모습과 뜻을 통하여 그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김동철 조형을 격상시킨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자면 화가에겐 그 대상을 용해시키고 새로운 화두로 띄어 올리는 내공과 기량이 있어야 한다. 김동철은 그것들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는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자연주의 작가들 중에서 특별한 위상을 지닐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미술관, 한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한국은행, 대검찰청, 메리어트호텔, 인터콘티넨탈호델, 르네상스호텔, SK리더스뷰, 을지병원, 일산병원, 중외제약, LG화학, LG상사, (주)삼천리, 뉴욕 돌하우스, 일본 마루환, 캐나다 폴마틴컬렉션, LA 라디오 등 국내외 수많은 곳에서 김동철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국내외 많은 애호가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화가이기도 하다.
류석우 미술평론가•미술시대 주간 misool57@chollian.net-
옮김|서라벌_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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